무거운 이야기라 망설여지지만, 더 이상 흡연으로 인해 건강을 해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씁니다. 흡연을 하면서 건강걱정되어 이 글을 찾아서 보고 계시는 분들은 폐암이 걱정되실 텐데, 담배를 피우면 방광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지며 폐암보다 방광암이 먼저 발병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치료과정 및 삶의 마지막을 담은 글이며, 암환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글을 쓴 것이지만 거부감이 들거나 마음 약한 분들은 침울해질 수 있어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방광암의 초기 증상
세상에는 평범하게 사는것이 제일 어렵다고 말합니다. 단란했던 저희 가족에게 하나 없는 것은 아들 형제일 뿐. 농담 삼아 매번 '아들 말고는 다 있어'라고 말하며 큰 장벽 없이 평범하게 지내왔습니다.
친정 엄마, 언니, 저까지도 우연히 27이란 똑같은 나이에 결혼을 했고 아이 낳아 키우고 아이들이 유년기를 지나 아동기로 접어들어 조부모님께 한껏 재롱을 부리던 어느 날. 소변을 볼 때 찌릿한 느낌을 받은 아버지가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약물치료를 했지만, 크게 나아지질 않아 대학병원을 추천받아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아무도 예상치도 않았던 방광암 3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젊은 시절 밤낮이 거의 바뀌듯이 생활을 하셨던 아버지는 힘겨움에 담배에 의지했고 3,40대에 하루에 두 갑 정도의 담배를 피웠습니다.
하지만 일을 그만두고 시골생활을 하며 건강을 생각해 담배도 끊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계절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산에도 오르셨습니다. 그 누구도 그렇게 단단해 보이던 아버지에게 암이라는 것이 찾아오리라 예상하지 못했지만, 암이라는 것은 소리소문 없이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저희 가족에게 찾아왔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놀랐고, 왜 아버지에게 방광암이라는것이 왔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흡연으로 인해 방광에 암이 생긴 확률이 높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가족 누구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담배로 인한 질병은 폐암만 걸리는 줄 알았는데, 너무도 낯선 방광암이라는 것이 올 줄은...
방광암 수술
간단한 시술로 끝날 줄 알았던 병원의 입원은 검사 결과 악성 판정이 나왔고, 결론적으로 방광을 모두 들어내야 하는 큰 수술을 해야만 했습니다. 한 뼘 정도의 세로로 긴 수술자국을 남겼고 방광이 없기에 배 한쪽에 소변 주머니를 달아야 했습니다.
피부에 소변 주머니를 달기 위해서는 소변 주머니에 의료용 본드를 바른 후 물기 없는 피부에 붙여야 하는데, 아무리 좋게 나온 본드라도 항상 피부에 닿아 있으니 빨갛게 자극이 갑니다.
방광암 수술 후 후유증
배에 500원짜리만 하게 구멍이 나있고, 평생 소변 주머니를 배에 지내야 해서 심리적으로도 많이 힘든 것이 방광암 수술 이후의 삶 입니다. 소변 주머니는 손바닥만 하게 생겨서 자주 비워줘야 하고 잠잘 때만 소변 주머니에 긴 줄을 연결해 A4 만 한 큰 소변 주머니에 이동하게 합니다.
아쉽게도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환자들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은 큰 소변 주머니를 버려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수술 후 바뀐 생활에 우울증이 올 수 있느니 가족들이 많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환자 뿐만이 아니라 환자를 돌봐주는 보호자도 많이 힘드니, 자녀들이라면 주말에 부모님댁에 자주 방문하는것을 권해드립니다.
방광암으로 장애인 등록증 발급
방광암 환자는 소변 주머니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편하기 때문에 장애인 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증이 아닌 것으로 분류됨에 제일 낮은 등급이 주어지며 , 직접적으로 받은 혜택은 하이패스 50% 감면 정도였습니다. 장애인 차량에는 지문 인식기가 있어서 장애인 본인이 차를 몰거나 옆자리에 동승해 지문 인식을 해야만 하이패스 감면 가능합니다.
방광암 항암치료
수술 후 남아있을지 모를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 항암치료를 함께 병행했습니다. 한 시간가량 주사를 맞았고 방광암 완치 판정도 받았습니다.
방광암 완치 후 주기적인 관리 및 전이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피검사, 폐 CT 등의 검사를 하며 '전이'에 대한 대비를 했지만,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는 암세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소변 주머니 때문에 항상 옆으로 누워 잠을 청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머리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셨습니다. 불편한 자세로 인한 두통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고통이 너무 심해 병원을 찾았고 머리로 전이되었다는 소견을 들어 수술을 했습니다.
전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심적인 고통이 두 배가 되었고 머리를 수술해서 그런지 살짝 인지력이 약해졌습니다. 그래도 수술을 했기에. 이전 방광암이 완치된 것처럼 희망을 놓지 않고 지켜봤지만, 암은 머리뿐만이 아니라 고관절의 뼈나 폐 쪽으로도 전이가 되었습니다. 이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느낌에 멍해집니다.
더 이상 손을 쓰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삶에 대한 끈은 그리 쉽게 놓아지질 않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는 항암뿐 아니라 방사선 치료까지 해야 했는데, 아버지 포함 가족 모두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힘든 방사선 치료도 받으셨습니다. 그렇게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이어갔지만, 그리 많은 시간을 허락해주지는 않으시네요...
장기요양등급 신청 및 혜택
스스로 몸을 가누기 힘들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장기요양인정신청을 신청하세요. 저희 아버지는 방광암 수술(2018) → 머리 수술(2020) 후 몸이 많이 힘드셔서 신청을 했고 장기요양등급은 2등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신청 후 공단에서 집으로 방문해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살펴본 후 장기요양인정서가 발급되어 우편발송 됩니다. 2등급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의료기구인 복지용구(침대, 휠체어, 이동변기등..)를 대여 or 구매하거나 요양보호사의 케어 서비스, 목욕서비스 등을 선택해서 받을 수 있습니다.
사망 전조 증상
머리 수술 후 줄곧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셨고, 시골이었기에 매일같이 동네 아주머니들이 집에 찾아와, 일부로라도 시끌벅적하게 했습니다. 사람을 좋아했던 아버지는 방에서 힘들게 투병하면서도 하루라도 어떤 아주머니가 안 오면 왜 안 왔냐며 안부를 물으셨고, 본인은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혼자 남을 어머니가 쓸쓸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도 함께 하셨습니다.
몸의 균형이 무너지니 인플란트가 허무할 정도로 한꺼번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운동하는 횟수는 적어지고 어느 순간 특히 손과 발 종아리가 많이 부어옵니다. 상식이 없었던 저희 식구들은 운동을 하지 않아 몸이 붓는 줄만 알고 운동하라는 잔소리도 했었는데, 몸이 붓는다는 것은 차츰 몸의 기능이 저하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투병 중인 가족의 몸이 부어오기 시작한다면, 보내드릴 마음의 준비를 하고 환자가 서운하지 않게 대하고 최대한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야만 합니다. 또 다른 전조 증상은 배변 실수입니다. 평소와는 달리 배변조절을 하지 못한다면 이 또한 기능이 약해져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것입니다. 저희 아버지도 돌아가시기 하루 전에는 조절을 하지 못하셨습니다.
이렇게 이가 빠지면서 몸이 붓고, 배변 실수등의 증상이 보이기 시작하면 최대한 고통을 줄여드려야 하므로 호스피스 병원을 빨리 알아보셔야 합니다. 호스피스 병원은 집에서 투병하고 있는 분들을 우선으로 받아주기는 하지만, 어디나 대기가 길어 입소 날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시설이 잘 돼있거나 가족(보호자뿐 아니라 온 가족이 자유롭게 있을 수 있는)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곳은 예약을 서둘러야 합니다.
삶의 마지막
호스피스 병원을 등록해 놓은지 며칠 되지 않은 어느날. 아버지가 집에서 갑자기 호흡이 얇아지는 모습이 보여 급히 구급차를 불렀고 119를 타고 인근의 대학병원으로 가셨는데, 병원으로 가는 길에 동승했던 언니의 손을 아플 정도로 꽉 잡고 계셨다고 합니다. 많이 두려우셨을 겁니다. 대학 병원에서는 계속 있을 수 없다 해서 그다음 날 근처로 옮긴 요양병원에서 74세의 많지 않은 나이로 삶을 마감하셨고, 지금은 아픔을 느끼지 않고 하늘에서 편하게 저희 가족들을 지켜봐 주고 계십니다.
암환자를 대하는 방법
상해로 인한 갑작스런 사망과는 달리, 암은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준비해주는 병이라고 합니다. 또 어떤 분들은 암은 친구로 생각해야 한다고들 하고요. 암이 완쾌된다면 다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전이'라는 무서운 단계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개인차가 있을 수 있음) 전이로 인해 다시 존재를 나타내는 암을 친구라 생각하고 마음을 편하게 갖고 치료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지켜보는 가족들도 힘들지만 본인이 제일 힘들기 때문에 옆에서 잘 도와주시고요, 저는 나중에 저희 가족 중에 누군가가 아프다면 절대로 운동하라는 말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투병으로 힘든데 운동하라는 말은 쉽게 하면 안 되는 말은 듯싶어서요...
마치며
아버지를 모신 영정사진을 배경으로 마지막 가족사진을 찍었습니다. 활짝 웃는 모습을 영정 사진으로 했는데, 사진을 찍는 순간만큼은 가족 모두가 아버지처럼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버지 병원 다니는 것을 주로 함께했던 언니가 카메라를 들고 손을 뻗어 셀카로요. 아버지를 위해 평일에는 언니가, 주말에는 직장 다니는 제가 병원을 모시고 다녔는데 아버지의 투병을 후회 없이 도와드렸기에 행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담배 = 병'이라는 결론은 이미 나있습니다. 특히나 폐암은 숨을 쉬기 힘들어 제일 고통스러운 병이라고들 합니다. 방광암 또한 삶의 질이 많이 낮아지고요. 어떠한 이유라도 가족이 있는 분들은 담배 피우면 안 됩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금연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제 경험이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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